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향해 또다시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발단은 5월 ADP 민간 고용 보고서였죠. 트럼프는 이 보고서 결과를 근거로 "ADP 수치 나왔다!!! '너무 늦었다' 파월은 이제 금리를 낮춰야 한다. 유럽은 벌써 여러 차례나 금리를 내렸다!"고 외치며 연준의 신중한 태도를 맹비난했습니다.
과연 이번 ADP 보고서가 얼마나 심각하며, 트럼프의 주장은 어디까지 타당할까요? 그리고 파월 의장은 왜 여전히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까요?
단순히 내용만 소개하는 Fisnap 분석이 아니죠.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5월 ADP 고용보고서, 얼마나 줄었고 그 심각성은?
5월 ADP 민간 고용 보고서는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 고용이 3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죠.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110,000~111,000명에 비해 무려 73,000~74,000명가량 적은 수치입니다.
특히, 이 수치는 2023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민간 고용 증가폭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부각됩니다.
이처럼 고용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은 몇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낳습니다.
노동 시장의 냉각 가능성을 시사하며, 기업들이 정책 불확실성과 소비자 수요 둔화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부진한 고용 지표를 근거로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선 것은 이런 점에서 아예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신호로 볼 수 있는 지표가 나온 이상,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명분을 실어줄 수 있는 셈입니다.
#2. 그럼에도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롬 파월 의장은 여전히 금리 인하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플레이션 재발 방지'와 '경제 안정성 유지'라는 목표가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왜 이토록 신중할 수밖에 없는지 단계적으로 설명해 볼까요?
- 금리 인하의 '좋은' 효과 (경제 활성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은행 대출 금리가 낮아져 기업과 가계는 더 쉽게 돈을 빌리고 투자와 소비를 늘리게 됩니다. 이는 경제 성장과 고용 증대로 이어져 경기를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습니다.
- 하지만... 너무 이른 금리 인하의 '나쁜' 효과 (인플레이션 재발): 파월 의장이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 긍정적 효과가 과도하게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것입니다.
- 과도한 유동성: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유동성 증가), 돈의 가치가 하락합니다.
- 수요 폭증 및 물가 상승: 돈이 많아지고 대출이 쉬워지면, 사람들은 물건을 더 많이 사려 하고 기업들도 투자를 늘립니다. 생산량(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기업들은 물건 값을 올리게 됩니다. 특히 지금처럼 노동 시장이 아직 견고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다시 부추기는 '임금-물가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 인플레이션 고착화: 이렇게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습니다. 힘들게 잡았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나면, 이를 잡기 위해 더 강력하고 장기적인 금리 인상(긴축)이 필요해지고, 이는 결국 더 큰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몇 년간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어렵게 잡은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것이죠. 그는 단기적인 지표나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 목표치로 하락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이 들 때까지 다양한 경제 지표를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입니다.
#3. 유럽은 왜 수차례 금리를 내렸을까? 미국과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은 벌써 여러 차례 금리를 내렸다"며 미국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 미국과 유럽(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비교입니다.
- 미국 경제의 견조함: 2024년 이후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강한 성장세를 보이며 '나 홀로 호황'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고용 시장 역시 여전히 견고한 편이며, 인플레이션도 2% 목표치에 근접했지만, 서비스 물가 등 일부 항목은 여전히 끈적한 모습을 보여 재상승 압력이 남아있습니다. 연준은 '경기 침체'보다는 '인플레이션 재발'을 더 큰 위험으로 보고 있습니다.
- 유럽(유로존) 경제의 둔화 및 침체 우려: 반면 유로존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정체 국면에 진입하거나 심지어 경기 침체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산업 생산은 팬데믹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 그리스 국가 부도, 스페인·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그리고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등이 유럽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가중시켰고, 이는 ECB(유럽중앙은행)가 현재의 경기 둔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됩니다.
따라서 ECB가 금리를 인하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안정된 상황에서 경기 부양과 침체 방지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완전 진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유럽은 '경기 활성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이죠. 트럼프의 주장은 이런 상황의 차이를 간과했거나, 혹은 금리인하 압박을 위해서한 단순 비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파월의 신중한 스탠스, 앞으로도 견지될까?
그렇다면 파월 의장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까요? 그리고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가늠하려면 어떤 지표를 봐야 할까요?
ADP 고용 보고서는 분명 중요한 지표이지만, 연준이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는 아닙니다.
ADP는 노동부(BLS)의 비농업 고용 보고서보다 통상 이틀 먼저 발표되는 선행 지표이자 참고 자료의 성격이 강합니다.
또한, 물가 상황을 보여주는 CPI(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와 직결되기에 비농업 고용 보고서와 함께 가장 핵심적인 지표로 꼽힙니다.
파월 의장은 ADP처럼 하나의 지표가 부진하게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금리 인하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는 여러 경제 지표가 일관되게 특정 방향을 가리키고, 특히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원칙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파월의 스탠스 변화, 비농업 고용 보고서와 CPI가 결정한다
결론적으로, 파월 의장의 신중한 스탠스에 변화가 생길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미국 노동부의 5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와 5월 CPI 물가지수입니다.
- 5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 보통 매월 첫째 주 금요일에 발표됩니다. ADP가 부진하게 나왔다고 해서 BLS도 반드시 같은 결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ADP는 BLS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하게 해주는 지표입니다. 이 보고서에서 실업률이 크게 오르거나, 신규 고용자 수가 예상보다 훨씬 더 낮게 나온다면 파월 의장의 고심은 깊어질 수 있습니다.
- 5월 CPI 물가지수: 보통 매월 중순경에 발표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확실히 수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만약 CPI가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심지어 둔화되는 추세를 보인다면, 이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Finsnap 시선] 트럼프의 압박에 개의치 않는 파월과 연준은 아직 STAY를 고수중이다.
현재 파월 의장의 '기다림' 기조는 그가 지금껏 일관되게 강조해 온 데이터 기반의 신중한 통화 정책과 일치하며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 두 가지 핵심 지표, BLS 비농업 고용 보고서와 5월 CPI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훨씬 안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파월 의장 역시 금리 인하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고하고,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빠르게 대응할 준비를 해야합니다. 앞으로 발표될 주요 경제 지표들을 함께 주목하셔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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